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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Mother/좌충우돌 육아 Diary

부천삼성미래산부인과 출산 후기 1_긴급제왕/임당산모 출산/제왕 후 3일간의 기록

 

39주 0일..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어요.

병원갈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어질어질하고 눈앞이 핑~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거에요.

혹시 모처럼 마신 홍차의 카페인 때문인가 싶어 물만 열심히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답니다.

하지만,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산부인과를 가기 위한 카카오 택시도 부를 수 없는 상태였어요.

 

남편이 불러준 카카오 택시를 간신히 타고, 산부인과에 갔어요.

마침, 저의 주치의인 염원경 원장님은 긴급 수술을 가셔서 예상치 못한 대기도 해야 하는 상황..

너무 상태가 좋지 않아, 간호사쌤에게 잠시 쉴 곳을 청했어요.

그리고 신관에 있는 태동검사하는 방 한켠 침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답니다.

 

드디어 원장님과의 면담..!

저의 상태를 보고, 증상을 들으신 원장님의 말에 저는 완전 놀랄 수 밖에 없었어요.

 

"지금 수술합시다."

"네? 수술요?"

 

자연분만을 생각하고 있던 39주 산모에게 긴급제왕을 제안하신 원장님..

저의 증상이 임신중독증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며, 원래 저혈압인 저에게 그날의 혈압은 충분히 고혈압일 수 있다는거였어요.

지금 39주이기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고, 얼른 낳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사쌤의 말씀...

사실, 그 당시에는 원장님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만취한 사람처럼 정신도 시야도 흐릿흐릿하고, 두뇌 회전도 전혀 되지 않았거든요.

 

어쨌든 얼떨결에 결정된 '긴급제왕'

초음파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 나 지금 수술해야 한데."

 

제 상태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조퇴를 하던 남편은 긴급 제왕 소식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저는 혼미한 정신을 붙잡으며, 피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병실을 잡았어요.

현재 2인실 밖에 없다해서 2인실과 보험이 되는 산모식으로 우선 체크를 했어요. 식사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디가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정신으로 간호사들의 손에 이끌려, 환복도 하고 제모도 했어요.

굴욕이라던데 그런 생각을 할 상태도 아니어서 다행히 아무 느낌없이 굴욕 하나를 무사히 넘겼답니다.

 

병실에서 대기를 하며 수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퇴를 하고 달려온 신랑이 도착하고...

그렇게 저는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향했어요.

 

수술실을 들어가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이미 마취 상태인거나 마찬가지였던 저의 상태..ㅠㅠ

어느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무슨 서류를 보고 서명을 한 것 같기도 하고...ㅠㅠ

다시 손에 이끌려 수술대에 올랐어요.

 

마취과 선생님의 목소리가 기억나요. 엄청 친절하신 남자 의사쌤이셨는데, 무통마취를 준비해 주시면서 엄청 친절하게 계속 설명해 주셨거든요.

 

"소독약을 바를 건데 차가워요.."

 

정신이 몽롱하니 아픈 것도 안 느껴지는 건지 아픈 느낌도 별로 없이 무통 바늘도 끼워졌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무통주사의 효과로 하체는 저린 느낌 비슷하게 아무 느낌이 없게 되었고, 염원경 원장님이 들어오시고 수술이 시작되었어요.

무언가 낯선 소리와 느낌이 무서웠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며 가수면 상태로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아, 우리 아가가 드디어 태어났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임에도 다급하게 물었어요.

 

"아가 건강해요?"

 

사실,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추가 검사 소견이 있었지만, 무조건 낳을거라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었거든요.

건강할거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조금의 걱정도 있었기에 계속 의료진에게 아가의 건강을 확인했어요.

 

"아기 보실 수 있겠어요?" 누군가 물었고, 저는 다급하게 대답했답니다.

"네, 보여주세요."

 

저의 왼편으로 막 태어난 우리 딸을 보여주셨는데, 안경을 끼지 않은데다가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흐릿하게나마 그렇게 저의 첫딸을 만났답니다.

그리고는 금방 잠에 들었어요. 그 와중에도 얼마나 자게 되냐고 물어봤답니다. ㅎㅎㅎ

어떤 의료진이 15분이라고 답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예약했던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어요.

압박스타킹을 신고, 배에는 모래 주머니를 차고 말이죠.

 

사실, 이 날의 기억은 참 희미해요.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그 순간부터 이쁜 딸을 출산하고 병실에 누워 있던 그 순간들 모두 희미해요.

 

 

 

원래 산부인과 예약은 11:30분이었는데, 제왕을 해서 아기가 태어난 건 오후 3시경이었어요.

제가 좀 정신을 차리고 메모를 하기 시작한건 저녁 7시쯤이었구요.

마취가 약간 풀리는 느낌이라고 메모가 되어 있네요.

 

임당 산모였던 저는 출산 후에도 혈당 수치가 신경 쓰였고, 저녁 7시 경에 혈당 체크를 했어요. 수치는 88mg/dL..

물론, 출산 후에 저와 아기의 혈당은 둘다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어요. ^^

 

 

 

<출산 다음 날/입원 2일째>

 

아침 7시 10분경 방구가 나왔어요. 올레~!

다행히도 밤에 잠은 잘 잤어요. 움직이지 못하니 엉덩이가 좀 아팠어요.

배는 좀 움직이면 아프지만, 다리와 엉덩이 들기 정도는 가능했어요.

새벽에 잰 혈당은 110mg/dL이 나왔는데, 포도당을 맞고 있어서 나온 수치인 듯 해요,

 

점심에 미음이 나왔어요.

멀건 미음이 맛없었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왜 난 맛있는거죠?ㅋㅋㅋ

미음 순삭 후 1시간 혈당은 112mg/dL..

 

 

 

 

 

저녁엔 죽과 미역국이 나왔어요.

1시간 혈당은 135mg/dL...

 

 

 

 

 

새벽에 잰 혈당을 제외하고는 혈당 수치도 좋네요 ^^

 

 

 

 

<출산 다음 날/입원 3일>

 

전날 넘 일찍 잤는지, 새벽 3시경에 눈이 떠졌어요.

1시간쯤 더 자다가 5시 20분쯤 무통 주사와 소변줄을 제거했답니다.

 

드디어 침대에서 해방되는 날~!!

침대에서 일어나서 걷기 연습을 시작했어요.

얼른 걸어야 울 아가를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요..

남편이 찍어다 주는 사진으로만 만난 울 아가..

참, 회복실에서 잠시 수유를 위해 젖을 물려보긴 했지만, 그 또한 희미한 기억 속에 있었거든요.

 

9시 이전에 소변도 봐야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넘 일찍 일어났는지 잠들어 버렸고, 7시 50분쯤 다시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어요.

아직도 흰쌀밥은 '먹으면 안되는 음식' 같아요. 임당 기간 동안 멀리 했던 음식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또한, 풀뿐인 반찬을 보고는 점심식사부터는 특별식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1시간 15분 후 혈당을 쟀더니만 180이 넘는 숫자... ㅎㄷㄷ

임당 기간에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마무시한 숫자에 깜짝 놀랐지만, 생각처럼 멘탈이 흔들리진 않았어요.

이제 뱃속에 아가가 없으니 아가의 건강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으니까요.

그냥 수술 후, 컨디션 회복이 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흰밥은 진짜 아닌거야.. 이 정도의 생각만 했답니다.

이래서 임당 산모들이 출산을 '인질 구출'이라고 하나봐요. 인질이 없으니 높은 혈당을 보고도 맘이 편하네요 ^^

(3시간 후에도 118mg/dL이었다는.ㅠㅠ)

 

오전 8시 40분 경, 소변 성공~!!

첫 소변 보는게 엄청 아프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괜찮았어요.

저는 그냥 소변줄 꽂고 있는게 젤 아픔..ㅠㅠ

화장실에 가서 수술 부위도 처음 봤어요. 힝... 매우 어색..ㅠㅠ

 

그리고 이날 오전 9시 30분 경, 2인실에서 1인실로 이사했어요.

2인실과 1인실 비교는 따로 포스팅할께요 ^^

 

그리고 드디어 첫 모유수유 교육을 다녀왔어요.

10시에 신생아실에 있는 모유수유실에 가서 담당 간호사쌤에게 모유수유를 배우고 첫 수유 (회복실에서 한 것 제외하고 첫 수유)를 하고 왔답니다.

제왕절개를 해서 바로 젖을 못 물려서 모유 수유가 어려울까봐 엄청 걱정했어요.

그래서 수술 후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도 '기저부 마사지'를 했답니다.

 

이제 수유도 시작했겠다. 혈당을 열심히 재 보기로 했어요.

점심부터는 특별식(보험 안되고 7,000원)으로 변경했구요.

집에서 가져온 현미 100% 즉석밥으로 바꾸어 먹었어요. 야채도 추가적으로 더 먹구요.

어쨌든 반찬수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고기 반찬이 생겼어요. ^^

 

점심 먹고, 수유 다녀오고..

저녁 먹고, 수유 다녀왔어요.

어설프지만 아가가 잘 빨고 이뻐요. 얼마나 열심히 빠는지 신기했어요.

게다가 젖이 흘러서 속싸개가 젖었답니다. 젖량이 느는 것 같아서 마냥 신난 초보 엄마 ^^

 

 

▲ 점심식사

 

▲ 저녁식사 (미역국 많이 달라하시면 이만큼 주십니다 ^^ 밥은 잡곡으로 변경했어요)

 

▲ 야식

 

 

야식으로 나온 미역국과 물김치, 밥을 조금 먹고, 손님들이 사오신 딸기도 먹고, 스틱으로 된 빵도 하나 먹었는데 혈당은 계속 좋네요 ^^

밤 11시에 모유 수유 또 다녀왔구요.

울 딸래미는 점점 이뻐지고 있어요. 모유는 잘 돌기 시작하는 것 같구요.

유축을 하는 산모들이 있어서 유축을 물어보니, 가슴이 불어 아프기 시작하면 유축을 권하신다고 해요.

간호사들이 산모들의 가슴 상태를 보고 각자에 맞는 걸 권하시는 듯 했어요.

 

우선은 아가가 잘 빨고, 내 젖도 잘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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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전 이 날의 식사를 보고 좀 실망을 했어요.

워낙 소문이 자자했던 부천삼성미래산부인과의 식사인데, 미역국과 반찬들이 맛있긴 한데 인스턴트 같은 햄이랑 핫윙 등이 나오는거에요.

무언가 건강하지 않은 느낌..

그래서 이 날에는 그냥 다시 보험이 되는 산모식으로 변경을 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반찬이 완전 괜찮게 바뀌었답니다. 아무래도 주말에만 반찬이 좀 그랬나봐요 ^^